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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지세원은 결국 혼자 그 라멘집에 들러 한 그릇을 비우고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 밤새도록 사무실을 지켰다. 샤워를 마친 지세원은 옷장 서랍 가장 깊숙한 곳에서 작은 철제 상자를 꺼냈다. 침대에 걸터앉아 상자를 열고 안에 든 것들을 조심스레 꺼냈다. 상자 안에는 카드 몇 장과 빛이 바래 누렇게 변한 오래된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지세원은 그중 한 장을 꺼내 사진 속 인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사진 속에는 교복을 입고 포니테일을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옆모습뿐인데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다만 찍힌 각도로 보아 누군가 몰래 찍은 사진 같았다. 지세원은 잠시 사진을 바라보다가 뒷면을 넘겼다. 힘이 느껴지는 필체로 다음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평생 환하게 웃을 일만 있길 바라.] 카드 위에는 또 다른 단정한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대부분은 소박한 소원들이었다. 예를 들어 모범생 되기, 시험에서 100점 받기, 가고 싶은 고등학교 합격하기, 콘서트 티켓 구하기, 이강대학교 건축학과 가기 등 열 몇 장의 카드가 있었는데 필체로 보아 모두 같은 사람 쓴 것이 분명했다. 지세원은 카드 한 장 한 장을 읽어 내려가면서 다시 조심스레 상자에 넣은 뒤 서랍 깊숙이 돌려놓았다. 그리고 베란다로 나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공주희에게 연락을 할지 망설이며 카톡 창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메시지를 보냈다. [예빈이가 너 감기 걸렸다던데 괜찮아? 힘들면 며칠 더 쉬어.] 그 시각, 지예빈은 1층 거실에서 공주희와 카톡을 주고받고 있었다. [주희야, 아까 전화하던 그때 말이야. 우리 오빠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났다니까. 언제 집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어.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다니까.] 공주희의 답장이 없자 지예빈은 곧바로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오빠가 왜 이 시간에 돌아왔는지 모르겠어. 요즘 회사가 그렇게 바빠? 오늘은 회사에서 야근하다가 바로 온 것 같더라. 그리고 너한테 푹 쉬라고 말한 거, 오빠가 들었어. 그래서 네가 감기 걸린 건 알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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