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2층 서재에서 공지한은 노트북을 켜놓고 자료를 띄워 두었지만, 제대로 읽은 건 몇 줄도 되지 않았다.
한 번은 아래층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고, 또 한 번은 발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임윤슬이 돌아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순간, 임유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가 친구 만나러 갔다고 했어요.’
‘친구? 언제 그런 사람들을 알게 된 거지? 분명 윤슬은 아이들과 안운시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럼 몇 년을 거기서 지낸 건가?’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그는 서재에 틀어박힌 채, 저녁 다섯 시부터 밤 여덟 시가 넘도록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러다 마침내 현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마음속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조금은 내려앉는 듯했다.
임윤슬의 목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거기에 덧붙은 공주희의 말—그가 저녁을 거절했다는 이야기까지…
불안은 비로소 가라앉았지만, 그 빈자리를 대신한 건 묘한 서운함이었다.
공지한은 서재에서 아래층을 조심스레 엿들었다.
곧 공주희가 돌아갔고, 임윤슬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치우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뒤, 그녀의 발소리가 계단을 오르는 듯했지만 서재 앞에 멈추지는 않았다.
그는 황급히 의자에 앉아 서류를 읽는 척했다. 그러나 끝내 노크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공지한이 기다리다 못해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이미 세 사람은 각자 방으로 들어간 뒤였다.
‘내가 저녁을 안 먹은 거, 모를 리 없는데... 왜 밥을 안 해주지? 라면이라도 끓여줄 수 있었잖아. 다들 밖에서 먹었다면서, 나만 빼놓고...’
자신이 공주희가 건넨 포장한 음식들을 스스로 거절했던 건 까맣게 잊은 채, 괜히 억울함과 화가 치밀어 올랐다.
____
밤늦도록 굶은, 미운 세 살 같은 공지한은 결국 임유나의 방 앞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임윤슬의 목소리가 잔잔히 흘러나왔다.
하루 종일 뛰어놀아 지친 아이들은 그녀의 동화책 낭독을 들으며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문이 열리자, 정갈한 양복 차림 그대로인 공지한이 서 있었다.
씻지도 않은 채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던 듯,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