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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장 충돌사고

배진욱도 다급해 하지 않고 가만히 내 옆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아까 한재민이 했던 얘기들을 모두 배진욱에게 전했다. 협업하기로 했으면 서로 숨기는 게 없어야 하니까. 한재민의 조건이 나와 안민혁의 결혼이라고 했지만, 배진욱은 화를 내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그럴 생각이었구나.” 배진욱은 모든 걸 알아차린 듯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나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배진욱을 바라봤다. 나조차도 한재민이 뭘 하려는지 모르는데 배진욱이 알고 있다고? 배진욱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보다 더 절망스러운 일이 있을까?” “한 대표님이 민혁 씨를 조사 하는 걸 지켜봤어. 한 대표님은 정말 민혁 씨가 자기 아들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몰라.” 배진욱은 휴대폰을 나에게 건넸고, 나는 조사한 내용들을 하나씩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간 한재민은 계속 일에만 몰두해 왔고 회사를 키우기 위해 위법행위도 많이 저질렀다. 그리고 제일 놀라운 건 한재민이 계속 사람을 시켜 안민혁의 부모님을 감시하고 있었던 거다. 심지어는 개인 탐정이 찍은 안씨 가문 사진들도 있었다.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한 대표님 변태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순간 나는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첫사랑을 잊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게 한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인가? 배진욱은 휴대폰을 뒤지더니 유전자 검사 보고서를 나에게 보여줬다. “한 대표님이 유전자 검사도 의뢰했었어. 근데 결과가 좀 이상해.” 유전자 검사 보고서에 안민혁이 그의 친자로 확인된 걸 보고 나는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배진욱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나는 민혁 씨가 안씨 가문 친자라는 걸 백프로 확신해.” “대리모를 통해 낳은 건지 아닌지를 떠나서 민혁 씨는 절대 한 대표님의 아들일 수 없어.” “그리고 민혁 씨 어머님은 한 대표님과 헤어지고 일 년이 지난 후 민혁 씨 아버님과 결혼 한 거야. 그리고 또 일 년이 지나서 민혁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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