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1장 다른 조건
배진욱이 내 옆에 앉자 나는 순간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수년간 회사를 경영해 오면서 많은 상황들을 겪어온 덕분인지 그는 존재만으로도 이미 강렬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점점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고, 다시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나는 단 한 번도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나란히 앉을 일이 또 있을지 몰랐다.
배진욱은 계속 한재민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손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꼭 잡고 있었다.
나도 한재민 앞에서 이런저런 꼴을 보이기 싫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내가 더는 저항 하지 않자, 배진욱이 웃으며 말했다.
“한 대표님, 저를 만나려 했으면 직접 저를 찾아 오시지 그러셨어요. 강 대표님과 저는 한 회사도 아닌데요.”
“그리고 저와 강 대표님 모두 매운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대표님도 진심으로 저희와 식사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봅니다.”
배진욱이 옆에 서 있는 경호원에게 사인을 보내자, 경호원들이 바로 우리 옆으로 걸어왔다.
배진욱은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데 더 무슨 얘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룸 밖을 나올 때까지 한재민과 다른 사람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한재민은 오늘 나만 만날 생각이었고 배진욱이 올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할지도 생각지 못했던 거겠지.
배진욱의 등장이 그의 계획을 흩트린 거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배진욱은 바로 나를 그의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시연이 따라오려 했지만, 그의 경호원들이 이시연 앞을 막아섰다.
“먼저 돌려보내. 이따가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
배진욱이 차에 시동을 걸자 나는 급히 차창을 내리며 이시연에게 말했다.
“시연 씨, 먼저 병원으로 돌아가요. 저도 곧 따라갈게요. 배 대표님과 따로 할 얘기가 있어요.”
이번 일은 아무래도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두 회사의 이익과도 관련된 일이니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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