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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1장 결혼식

사실 나는 조금도 신경 쓰일 게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 배진욱을 찾아온 거니까. 하지만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 최지연에게 적잖은 충격을 받아서 서유나도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두려웠던 걸까? 게다가 이번에 그녀를 만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뭔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전처럼 부드럽고 다정한 그녀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강 대표님, 오셨어요? 제가 방금 과일을 사 왔어요.” “식사는 하셨나요? 이따가 음식을 좀 내오라고 할게요.” 나를 바라보는 서유나의 눈빛은 더는 전과 같은 분노나 적대감이 들어있지 않았다. 너무 빠른 그녀의 태세 전환에 나는 적응하기가 힘들었고 롤러코스터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그녀의 기분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애써 두려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식사는 하고 왔어요. 배 대표님과 협업 프로젝트 원자재에 대해 상의할 게 있어서 왔어요. 또 새로운 규정이 나왔다고 해서요.” 나는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했고 내 말을 들은 서유나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배진욱 곁으로 다가가 예쁘게 자른 과일을 옆 테이블 위에 놓았다. “진욱 씨는 뇌진탕이에요.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속이 불편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해요.” “앞으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희주 씨가 직접 오는 것보다 비서를 통해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희주 씨 몸 상태도 생각해야죠. 또 쓰러지기 전에 잘 관리해야 해요.” 배진욱을 바라보는 서유나의 두 눈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전에 소리 지르며 울부짖던 사람이 그녀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굳이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바로 계약서를 꺼냈다. 배진욱은 내 손에 든 계약서를 보더니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두 업체 모두 안씨 가문 소속의 업체인가요?” 배진욱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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