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0장 수를 쓴 것 같아
안준혁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로아 씨도 헛수고만 하고 가는 건 아무래도 재미없을 거예요.”
“이제 곧 돌아갈 텐데 돌아가서 다시 뭔가를 시작할 본전 정도는 가지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너무나도 뻔한 횡령 수단이다. 그렇다면 기본 예산에서 더 늘어난 반절 중에 이미 내 리베이트도 포함되었나 보다.
안민혁이 대표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그 누가 감히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을까?
회사는 안씨 가문 회사고 안민혁 역시 안씨 가문 사람이니 회사에 불이익이 되는 일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서류를 밀어내고 바로 동하린을 불러들였다.
“동 비서님, 프로젝트 예산을 다시 계산해서 제출하라고 전달하세요. 숫자 몇 개가 잘못된 것 같네요.”
나는 안준혁 처지가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안준혁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동하린이 내가 건넨 파일을 받아 들기도 전에 안준혁이 내 손에서 파일을 확 가로챘다.
“그럴 거 없습니다. 우리 팀 직원들 실수니 제가 직접 해결하겠습니다.”
“로아 씨, 그러면 부디 가시는 길이 순조롭기를 빕니다.”
이를 악물고 하는 안준혁의 말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속이 안 좋아졌고 급기야 헛구역질까지 나왔다.
안준혁은 잠깐 당황한 것 같더니 이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안씨 가문 안주인은 고사하고 이 몸으로 뭘 그렇게 고집을 부려요?”
“제가 충고 하나 하자면 돈이라도 많이 챙겨요. 그래야 며칠이라도 더 살죠.”
나처럼 곧 죽어갈 사람을 상대로 그는 연기조차 할 생각이 없었다.
동하린은 다급한 걸음으로 다가와 내 등을 두드려줬고 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인수인계 준비해 줘요. 제가 맡던 업무들은 모두 석민 씨에게 인수인계할 거예요.”
“동 비서님, 오빠를 끝까지 지켜줘요. 안씨 가문은...”
너무 혼잡하고 복잡하다. 나는 안씨 가문의 실체가 점점 모호해지는 기분이었다.
동하린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저녁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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