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7화
이 말을 듣자 어르신과 은수는 즉시 다툼을 멈추고 재빨리 달려갔다.
입구에 도착하자 굳게 닫혀 있는 문 안에서 때때로 물건을 부수는 소리가 들려오며 등골이 오싹했다.
어르신은 비록 유담을 한 번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를 무척 좋아해서 이런 상황을 보자마자 서둘러 문을 두드리고 입을 열어 달랬다.
"유담아, 문 좀 열어봐. 무슨 말 있으면 할아버지한테 말해봐."
유담은 그의 말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물건을 부수는 소리는 커졌을 뿐만 아니라 녀석의 목이 터져라 하는 원망소리까지 들려왔다.
"나는 당신과 할 말 없어요. 당신은 나와 엄마를 갈라놓은 나쁜 사람이니까 나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어르신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이 녀석이 이렇게 뒤끝이 있을 줄이야.
이렇게 되면 감정을 키우기가 무척 어려워질 것이다.
그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은수가 그를 막았다.
유담의 목소리는 장시간의 울음소리로 이미 쉬었고 은수는 마음이 아팠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유담아, 나야. 문 열어줘.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일단 한 번 들어봐, 어때?"
방안이 잠시 조용해지자 은수는 유담이 자신의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넘어졌는지, 아니면 무엇에 다쳤는지 갑자기 녀석이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은수의 마음은 조여들었다. 보아하니 더 이상 녀석을 이렇게 제멋대로 굴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는 발을 들어 직접 문을 걷어찼다.
문이 열리자 그는 유담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하얀 작은 팔이 꽃병 조각에 긁혀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유담의 피부는 원래 하얬고 이렇게 다치니 상처는 유난히 무서워 보였다.
이를 본 어르신은 마음이 아파서 재빨리 사람을 불렀다.
"빨리 가서 약 상자 들고 와서 상처 처리해!"
"당신들의 가식적인 관심 필요 없어요!"
유담은 인정사정없이 말하며 비틀거리며 땅에서 일어나려 했다.
은수는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유담이 다시 한번 넘어진다면 또 다칠지도 모른다.
은수도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긴 다리를 움직이며 난장판이 된 바닥을 가로질러 유담을 안았다.
유담은 안겼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힘껏 발버둥 쳤다. 은수는 그의 팔에 있는 상처가 줄곧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죽을 지경이어서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작은 팔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해, 네가 다치면 네 엄마가 얼마나 마음 아파 하겠어."
유담은 수현의 이름을 듣고 마음속의 서러움이 다시 폭발했다. 그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은수의 어깨에 엎드려 크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 만나고 싶어요. 난 엄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은수는 유담의 이런 취약한 모습을 처음 보았다. 녀석은 평소에 성숙하고 체면을 중시해서 종래로 이런 아이와 같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병원에서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약물 치료를 받아도 그는 이렇게 울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에게 정말 큰 타격을 준 것 같다.
은수는 유담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몇 마디 했고, 녀석은 바로 눈을 부릅뜨고 차츰 조용해졌다.
“내가 그를 데리고 가서 상처 처리할게요.”
은수는 그가 마침내 진정해진 것을 보고 재빨리 유담을 안고 난장판이 된 방을 떠났다. 어르신은 그들 부자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부자의 관계는 아무래도 좀 다른 것 같았다. 한동안 감정을 잘 키우면 유담도 다시는 이렇게 온가네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