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3화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고 표시했다.
그러나 사실 온가네 그 방대한 재산에 대해 그녀는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 그녀는 유담이만 원했다.
"이제야 믿겠어?"
은수는 모든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현은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망설였다.
"어쨌든 나를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것은 아마도 수현이 요 며칠 처음으로 이렇게 평온하게 은수에게 말을 한 것이다.
비꼬거나 날카롭게 맞서지 않아 은수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다 은수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나타났다. 이성은 그에게 자신은 완전히 미쳤다고 말했다.
이 여자를 위해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아마 그가 정신 나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수현의 미소를 위해,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이건...... 내가 당신에게 빚진 거야. 먼저 해장국부터 마셔.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아플 거야."
은수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고, 바깥의 하인도 줄곧 데우고 있던 해장국을 즉시 가져왔다.
수현은 이번에 다시 그와 맞서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도 확실히 숙취로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다.
온도가 딱 맞는 해장국을 들고 수현은 천천히 마셨다.
은수는 그녀가 순순히 그의 말대로 하는 것을 보고 눈빛이 약간 부드러워지더니 밖으로 나갔다.
수현은 해장국을 다 마시자 머리가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시간이 아주 늦은 것을 보고 일어나서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가연은 걱정할 것이다.
생각하며 수현은 나가려고 했는데 문어귀에 도착하자마자 은수가 손에 국수 한그릇을 들고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수현이 떠나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여자는 몸도 별로 좋지 않으면서 이렇게 급하게 그가 있는 곳을 떠나고 싶은 것일까?
"어디 가?"
"너무 늦었으니까 이만 가볼게요."
수현은 은수의 시선에 왠지 불편했다.
"나는 당신이 나를 방해하는 거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와서 밥 먹어."
은수는 수현이 떠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거절했다.
수현은 은수의 손에 있는 그릇을 보았는데, 그 속에는 국수 한그릇이 들어있었고 그 위에는 야채와 달걀 프라이가 있었다. 비록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아주 식욕을 돋구었다.
"아니에요, 나 입맛이 없어서 돌아가서 먹으면 돼요."
은수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
"내가 특별히 직접 당신에게 만들어 준 것인데, 한 번 맛보기도 싫은 거야?"
지난번 외국에서 유담이 그가 직접 만든 것을 먹고 싶다고 하자 은수는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정통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라면을 삶는 이런 비교적 간단한 것은 이미 잘 할 수 있었다.
“......”
수현은 의아하게 은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난번 은수가 주방에서 보여준 표현이 그야말로 주방 킬러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는 지금 뜻밖에도 이렇게 맛과 향이 모두 갖추어진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됐다니.
생각해 보니 오늘 술집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이 남자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고, 그는 또 충분히 성의를 표시하며 그녀가 유담을 되찾는 것을 돕겠다고 말했으니 자꾸 거절하는 것은 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수현은 잠시 망설이다 은수의 손에 든 국수를 받아 식탁에 놓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