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차에 올라탄 뒤, 한가을은 연달아 울리는 알림 소리에 고개를 숙였다.
확인해 보니 전부 배성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그녀는 연락처 이름 뒤에 붙은 빨간 하트 이모지를 보며 오래된 기억들이 머릿속을 천천히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소년과 소녀의 감정은 풋풋하면서도 진지했다.
서로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고백하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선을 지키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재난이 닥친 뒤에야 그 감정을 처음으로 입 밖에 냈다.
그때의 마음은 분명 진심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진실했던 감정이라 해도 시간이 흐르면 변질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한가을은 한동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배성빈의 연락처와 SNS를 하나씩 차단했다.
모든 것을 끝내고 고개를 든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박수연과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한 한가을을 대신하듯 박수연이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가을아, 너랑 성빈이 일에 대해서는 엄마랑 아빠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우리가 그렇게 고지식한 사람들은 아니잖니. 선만 넘지 않는다면 연애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될 건 없지. 그런데... 갑자기 왜 그렇게까지 마음이 돌아선 거야?”
“악몽을 하나 꿨어요. 깨고 나니까 그냥 더는 마음이 안 가더라고요.”
“악몽?”
한가을은 잠시 시선을 떨군 채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전생에서 겪었던 일들을 가능한 한 짧고 조심스럽게 부모님에게 털어놓았다.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왜 돌아설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만은 숨기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던 한관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미소를 지었다.
“꿈도 하나의 징조일 수 있지.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두 집안이 혼사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아닌 것 같구나.”
박수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연이 아니었나 보지. 엄마는 가을이가 앞으로 결혼 안 하겠다고 해도 괜찮아. 우리 딸이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한가을의 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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