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한가을은 더 이상 배성빈을 돌아보지 않았다.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집사는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배성빈 도련님, 이만 돌아가세요. 이러다 정말 몸 상하겠습니다.”
하지만 배성빈의 귀에는 그 말이 닿지 않았다.
“너무 후회돼... 왜 이렇게 돼 버린 거지...”
그 순간 자동차 시동 소리가 그를 현실 세계로 끌어당겼다.
배성빈은 눈을 퍼뜩 뜨고 비틀거리며 앞으로 내달렸다.
“가을아, 가지 마!”
그러나 이미 한계에 다다른 배성빈의 몸은 그의 악에 받친 의지를 따라주지 못했다.
그는 몇 걸음도 채 떼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고 피를 토해내며 의식을 잃었다.
차 안에 앉아 있던 한가을은 무의식적으로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 덮인 마당 위에 쓰러진 배성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른 체구의 그는 새하얀 눈 속에서 유난히 작고 쓸쓸해 보였다.
‘하지만 나랑은 이제 아무 상관 없지.’
한가을은 감정을 정리하듯 천천히 시선을 거두고 눈을 감았다.
...
미국에서의 생활은 조용하고 평온했다.
입학 후 한가을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예전 학교 친구들로부터도 종종 안부 연락을 받았다.
호기심 많은 몇몇은 그녀와 배성빈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 눈에는 두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한 쌍으로 보였으니까.
그럴 때마다 한가을은 대충 얼버무렸다. 회귀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가끔 동기들을 통해 배성빈의 근황도 전해 들었다.
병원에서 깨어난 뒤 미국에 가겠다며 소란을 피우다 배씨 가문 어른에게 크게 꾸중을 듣고 한동안 외부 출입까지 금지당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후로부터 배성빈이 눈에 띄게 얌전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가 속한 배씨 가문에는 자식이 많았다.
아무리 가문 내에서 가장 뛰어난 후계자라 칭송받았을지언정 그는 결코 대체 불가능한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가을은 그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
배성빈의 인생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었다.
단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