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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한가을의 말이 끝나자 배성빈은 화를 내며 그녀를 밀쳐냈다. “너 도대체 이런 거짓말을 몇 번이나 더 할 거야!” 한가을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넌... 한 번도 날 믿어준 적 없었잖아. 하긴, 우리 사이의 신뢰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으니까.” 배성빈은 그녀를 노려보며 분노에 떨었지만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그래? 그렇다면... 여섯 번째 날에 이혼해.” 그는 말을 마친 뒤 김은주의 손을 붙잡고 돌아섰다. “배성빈, 나 좀 믿어줘!” 한가을은 다급히 그를 쫓아갔다. 그러나 출입문 앞에서 차단 게이트가 내려오며 길을 막아섰다. 미처 멈추지 못한 그녀는 문에 세게 부딪히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 충격에 하이힐 한쪽이 부러지며 발목이 꺾였다. 뿌드득. 한가을은 신음을 흘렸지만 통증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애원하듯 프런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제발요.” 프런트 직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배성빈의 차가운 목소리가 먼저 날아왔다. “열어 주지 마.” 그는 몸을 돌리다 우연히 한가을의 처참한 모습을 마주했다. 순간 늘 냉정하기만 하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 미세한 동요를 놓치지 않은 김은주는 곧장 표정을 바꿨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한 얼굴로 그의 옷소매를 꼭 붙잡았다. “오빠... 저 얼굴이 지금도 아파요. 혹시 더 부은 건 아닌지 봐줄래요?” 배성빈은 시선을 거두고 그녀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뺨에 바람을 불어 주었다. “사무실로 가자. 가서 얼음찜질해 줄게.” “그럼... 가을 언니는요?” 그녀의 위축된 표정을 본 배성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한가을을 이 건물에 들이지 마.” 두 사람의 다정한 장면을 바라보는 한가을의 심장은 마치 칼로 난도질당한 것처럼 피투성이가 되어 갔다.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거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배성빈! 한 번만... 딱 한 번만 나 좀 믿어줘! 나한테 남은 시간은 정말로 다섯 날 뿐이야!” 하지만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 문 안으로 사라졌다. 띵동. 문이 닫히자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한가을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꽂혀 있는 것만 같았다. 바늘처럼 촘촘히 찌르는 눈길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아프지는 않았다. 그저 온 세상이 한순간에 텅 비어 버린 듯한 기분만 남았다. 그녀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휘청이는 걸음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 밖은 잿빛 하늘 아래 잔뜩 흐려 있었다.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던 두 여자가 배성 그룹 건물을 올려다보며 수군거렸다. “전에 여기 전광판에 나오던 거 배성 그룹 대표 프로포즈 영상 아니었어?” “맞아, 근데 왜 갑자기 광고로 바뀐 거야?” “모델이 엄청 예쁘다기보단 되게 청순하네. 누군지는 모르겠어.” 한가을은 무심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전광판에는 김은주가 촬영한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배성 그룹이 새롭게 출시한 ‘지애’ 시리즈 주얼리 광고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끈 것은 배성 그룹이 특별히 선보인 백 년 한정 컬렉션 반지였다. 한가을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과거 주얼리를 디자인하던 시절, 배성빈이 시안을 들고 찾아와 의견을 묻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 “가을아, 넌 어떤 게 좋아?” 한가을은 단풍잎을 닮은 반지 세팅을 가리켰다. “이게 예쁘네.” 배성빈은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나도 이게 좋아, 단풍은 가을에 제일 화려하잖아. 이걸 보면 처음 학교에서 너 봤던 날이 떠올라.” 그는 시안을 접으며 덧붙였다. “이 반지는 주문 제작한 거라 밖에서는 안 팔아. 너한테만 주는 거야.” 한가을은 그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들어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렸다. “그럼 평생 나한테만 주겠다고 약속해. 혹시라도 날 속이는 거면... 나, 너한테서 정말 영원히 떠날 거야.” “당연하지, 내가 목숨 걸고 맹세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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