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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하지만 이유현의 분노는 이미 걷잡을 수 없었다. 최재현의 입에서 나온 무례한 말들이, 단지 자신뿐 아니라 이씨 가문 전체를 짓밟은 모욕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늘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이유현은 고개를 저으며 정서연에게 말했다. “서연아, 넌 먼저 들어가. 이 일에 끼지 마.”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최재현을 쏘아봤다. “최씨 가문의 가풍도 너 때문에 바닥난 모양이지?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없이 헛소리부터 지껄이는 거 보니, 그렇게 대단하신 할아버지 밑에서 어떻게 너 같은 자식이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가네...” 정서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려 최재현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얼굴에는 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 상황이 이 지경까지 번질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재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유현을 향해 비웃듯 말했다. “그 입 함부로 놀리기 전에 네가 감히 나한테 이럴 ‘격’이 되는 사람인지부터 돌아보는 게 어때?” “그만해!” 결국 정서연이 두 사람 사이로 뛰어들었다. “보는 눈이 얼만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이건 분명 그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점점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갔다. 만약 이유현이 옆에 없었다면 정서연은 진작 이 자리를 떠났을 것이었다. “얼굴도 알려진 사람들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최재현은 그 말을 놓치지 않고, 정서연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가자. 나랑 같이 가.” 정서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놔. 나 너랑 안 가. 최재현, 제발...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그녀는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러자 최재현의 얼굴에는 말로 다 표현 못 할 충격과 상실감이 비쳤다. 정서연은 이미 도로 건너편, 검은 차 안에 앉아 있는 정수아의 얼굴을 확인했기에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정서연, 지금 뭐라고 했어?” 최재현의 목소리는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갈라졌다. 말끝마다 서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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