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그러나 정서연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녀가 차분하고 공손하게 굴 수록 전청호는 오히려 능력도 없으면서 높은 자리를 꿰찼다고 여겼다.
네 사람을 병원 현관까지 배웅한 뒤, 전청호가 갑자기 다가와 낮게 말했다.
“제가 정 선생님이라면 세미나에 더 안 남을 겁니다. 들통나면 창피하니까요.”
비아냥거리는 말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정서연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그들은 각자 차에 올라탔다.
창 너머로도 전청호는 끝까지 그녀를 노려보았다. 무릎 위 손은 굳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깔보며 능력을 의심했고, 그런 불만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정 선생한테 무슨 말을 했어? 정 선생을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은데?”
뒤쪽에서 안지경이 조용히 물었다.
전청호는 눈에 번진 질투를 애써 감추며 말했다.
“저녁 식사 때 뵙자고만 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정 선생은 제 여동생 또래라서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원장님과 진 교수님이 계시는데 갈등을 만들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럼 됐어.”
안지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세미나는 드물고 중요한 자리야. 잘해 봐. 성과가 나면 네 앞날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알겠습니다.”
전청호가 대답하고 나서 곧 의문을 꺼냈다.
“그 환자분,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원장님도 김 원사님도 몸소 나서신 겁니까?”
“윗선에 있는 분이야.”
안지경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국가 기밀과도 관련되거든. 그분을 못 살리면 나라 발전이 몇 년은 멈춘다더군.”
차가 떠난 뒤, 정서연은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지 못했고 전청호의 마지막 말 역시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냈다.
“청호가 무슨 말 안 했지?”
진도윤이 걸음을 늦추며 물었다.
“그 친구도 젊을 때는 뛰어났는데, 중년이 되도록 두드러진 결과가 없거든. 그래서인지 젊은 의사에게 편견이 있어. 마음이 나쁘지는 않으니 혹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려줘. 안 원장한테 말해 줄 테니 절대로 당하게 두지 않을 거야.”
정서연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교수님.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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