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멀지 않은 곳, 차 안에 앉아 있던 박경희가 재촉하는 어조로 말했다.
“재현아, 서연이는 이미 들어간 것 같아.”
최재현은 눈빛이 흔들렸지만 답답함을 누른 채 말 한마디 없이 차 문을 열고 나갔다.
2시까지 아직 반 시간 정도 남았는데 정서연은 뭐가 그리 급했던 걸까?
걸음을 옮기자 박경희가 급히 뒤를 따랐다.
고개를 숙이고 해외 연수 서류를 확인하던 정서연은 갑자기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최재현의 얼굴을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껐다.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해.”
휴대폰을 가방에 넣은 정서연은 시선을 돌려 창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서연의 동작이 자신을 피하는 것 같다는 것을 알아챈 최재현은 옆에 앉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뭘 보고 있었어?”
“당신과 상관없는 거.”
간단한 한 마디로 대화가 종료되자 어금니를 꽉 깨문 최재현은 얼굴을 찌푸린 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일단 대기 번호를 부른 뒤 창구 앞까지 갔을 때 정서연이 과연 이혼을 하지 말라고 빌 것인지 궁금했다.
문밖에서 창문 너머로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박경희는 종종 작은딸에게 두 사람의 어두운 표정 사진을 보냈다.
한편 병원 정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정수아는 엄마가 보낸 좋은 소식에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어제 내가 그 병실 앞을 지나가는데 그 사람들이 정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정말 창피하지도 않나 봐.”
“정 선생님 친엄마가 난리를 쳤다던데, 정수아더러 정 선생님 가정을 파괴하라고 부추겼대.”
“쳇, 네가 잘못 들은 거야. 그 집 애도 자기 엄마 대신 그 여자가 곁에 있었으면 한대.”
귓전에 흘러들어온 말에 표정이 일그러진 정수아가 화를 내려는 순간,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히 정 선생님이 한 달 남짓 뒤면 해외 연수 가는데 일단 가면 3년은 있을 거야. 돌아오면 여기 있던 추한 일 다 잊으시겠지.”
“그러게, 외국엔 잘생긴 남자들이 더 많잖아. 정 선생님의 외모와 실력이면 좋은 남자 분명 만날 수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