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약물 영향으로 정수아는 토해 낸 뒤 깊이 잠들었다. 간호사들은 각종 기기를 연결했고, 정서연은 진찰을 마치자마자 병실을 나왔다.
그녀가 마스크를 벗기도 전에 최재현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아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기분 좋냐?”
정서연은 피식 비웃었다.
“내가 자살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네가 아니면 누군데?”
그가 차갑게 받아쳤다.
“네가 이혼 들먹이지 않았으면 수아가 죄책감에 약 삼킬 일도 없었어.”
‘이것도 내 탓이야?’
정서연이 그를 노려봤다.
“진짜 죄책감이면 저 정도 알약으로 끝내지 않았겠지. 위세척 안 해도 죽을 양이 아니야.”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비타민제에 채 녹지도 않은 진통제 몇 알이 겨우 섞여 있었다.
“죽지 않아서 실망이라도 했냐?”
박경희가 최예진을 안고 나타나 소리쳤다.
“그 애는 네 친동생이야. 네 심보가 얼마나 독한지 스스로도 봐봐!”
말이 끝나자 최예진이 울음을 터뜨렸다.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는 마녀야, 이모를 괴롭혔어! 나쁜 엄마, 싫어!”
정서연의 위로가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최예진의 시선은 그녀를 한없이 무력하게 만들었다.
정태석이 코웃음 쳤다.
“수아가 멀쩡한 걸 감사해라. 설령 무슨 일 있어도 재산은 네 손에 안 들어.”
싸울 힘도, 변명할 마음도 사라졌다. 그들을 상대로는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던 부모가 하루아침에 기울어진 저울이 된 것도 아니고, 열 달 품어 낳은 딸이 갑자기 멀어진 것도 아니다.
최재현에게 남은 정은 이미 희미했지만, 부모와 딸이 그녀를 끝없이 나락으로 끌었다.
속이 울컥 올라왔다. 최예진의 울음, 부모와 최재현의 비난이 뒤섞인 얼굴... 모두가 구역질 나게 다가왔다.
보다 못한 간호사가 나섰다.
“여기서 이러시는 건...”
“가서 처방전 끊어 와요.”
정서연이 고개만 돌려 말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공평함이 아니라 자유였다. 마음 닫힌 부녀에게 더 이상 한 줌의 에너지도 쓰지 않는 것 말이다. 사랑해 주지 않는 부모에게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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