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정서연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과 딱히 친분이 없었다. 다만 그의 성이 ‘유씨'라는 것 정도만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엔 단지 사과하려 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그는 뜻밖에도 연구팀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제안을 꺼냈다.
“연구팀에서 빠지겠다고요?”
정서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유진호는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합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정 선생님, 이번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점차 작아져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내가 얼마 전에 출산했고 부모님 건강도 좋지 않아서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습니다. 연구원 자리를 잃으면 정말 곤란합니다. 반드시 안 주임님을 따라 계속 실험에 참여해야만 해요.”
말을 하는 동안 그의 눈시울마저 붉어졌다.
정서연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마침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을 잘 지키신다면 그 부탁, 들어드릴게요.”
유진호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눈가의 눈물을 서둘러 훔쳤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 선생님.”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의 발걸음은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훨씬 가벼워 보였다.
정서연은 그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어딘가 모르게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동시에 놀랍게도 가슴 한쪽이 후련해졌다. 뒤에서 헛소문을 퍼뜨리고 자신을 비방하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때요? 결과가 나쁘지 않죠?”
바로 그때 등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서연이 돌아보려는 순간 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던 추지훈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말았다.
추지훈이 재빨리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준 덕분에 넘어질 뻔했던 몸이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뭐가요?”
“연구팀에서 물러난다는 거 말이에요. 이제 더 이상 그 사람들과 마주칠 필요도 없고 그들 역시 연구 성과에 밥숟가락을 얹을 기회를 잃게 된 거죠.”
추지훈은 멀리 시선을 던지며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비록 큰 잘못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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