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화
“아니요. 난 한 번도 잊은 적 없어요. 오히려 당신이 잊은 것 같은데요? 나도 당신 딸이라는 사실을요.”
정서연의 눈빛이 이전과는 다르게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정수아가 다급히 다가와 그녀를 말렸다.
“언니, 엄마한테 그러지 마. 그냥 예준이 교육이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정서연은 그녀를 향해 비웃듯 코웃음을 내뱉었다.
“너나 입 다물어. 어른들이 어린애 하나를 몰아세우고 부끄럽지도 않아?”
정수아는 그 말에 잠시 움찔하더니 곧 눈가가 붉어졌다.
“미안해, 언니가 예준이 편을 들 거라는 거 알아. 내가 잘못했어. 이렇게 키울 일이 아니었는데, 그냥 차분히 아이한테 잘못을 알려주면 되는 건데...”
듣기엔 그럴듯한 말이었다.
정서연은 그런 정수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차갑게 말아 올렸다. 방금 전, 영상 속 장면을 샅샅이 확인하지 않았다면 자신조차 동생의 연기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 그리고 예준이가 단지 어딘가에서 잘못 배운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때, 최재현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아무리 어린애라도 이런 짓은 안 돼. 솔직히 말해서 가정교육 자체가 안 된 거지.”
그 말은 누가 들어도 정서연을 겨눈 비난이었다.
마치 자기가 예준이의 친부라는 사실, 그리고 교육할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사실은 머릿속에서 싹 지워진 듯했다.
정서연은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그래도 이제는 최재현도 조금쯤은 자신에게 공정해지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예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 내가 돌아오기만 기다렸다가 이렇게 범인 취급하듯 몰아세우려던 거였어?’
한편이라도 된 듯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던 정서연은 끝내 헛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그럼 진짜 ‘못 배운 사람’이 누군지 지금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니야.”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음량을 최대로 높였다.
영상은 단 15초 남짓이었다. 정수아와 최예준이 소파에서 함께 놀고 있는 장면이었다.
정수아는 등을 카메라 쪽으로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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