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화
“예준아, 아빠가 미안해. 아까는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너를 탓했지. 거기다...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했어.”
최예준의 어둑하던 눈빛이 서서히 밝아졌다.
“아빠, 이제 절 혼내지 않을 거예요?”
정서연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 아이를 살짝 놓아주며 앞으로 밀어주었다. 아이는 반 발짝 나아가더니 곧장 최재현을 꼭 껴안았다.
최재현은 순간 굳은 채 움직이지 않다가 이내 아이의 작은 몸을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혼내지 않아. 이번엔 아빠가 잘못했으니까. 예준이가 아빠를 용서해 주면 좋겠구나.”
눈물 자국이 마른 최예준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사실 최재현은 아이에게 이토록 다정한 반응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이었다. 진심으로 미안하지 않고선 이런 목소리도 나올 리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서연이 조용히 일깨우듯 말했다.
“예준아, 모든 사과가 다 용서받아야 하는 건 아니야. 꼭 그렇게 빨리 용서하지 않아도 돼.”
최예준은 무언가 알 것 같으면서도,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듯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알겠어요, 엄마.”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심스레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서 고개를 살짝 돌려 말했다.
“하지만 전... 아빠를 용서할래요.”
정서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그녀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묵묵히 최재현을 바라보았다.
‘지금,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
그 시선을 따라가듯, 최재현은 갑작스럽게 일어나 몸을 돌렸고 시선은 정수아에게 향했다. 평소의 관용은 사라지고 그의 눈동자엔 분노가 짙게 어려 있었다.
결국 정수아는 박경희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굳은 표정으로 예준 앞에 섰다.
“예준아, 이모 말 때문에 네가 오해받고, 억울한 일을 겪었지. 이모를... 용서해줄래?”
그 말을 들은 정서연은 이마를 좁히며 나직하게 쏘아붙였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아니야?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네 말 한마디에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생각은 해봤어? 게다가 말실수처럼 넘기려는 거, 속 다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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