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화
말을 마친 정서연은 아이에게 다정히 물었다.
“엄마랑 잠깐 밖에 나갔다 올까?”
최예준은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조용히 서 있다가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엄마, 내가 가기 싫다고 하면 엄마 화낼 거야?”
아이 마음이 집에 남고 싶다는 뜻일 거라 짐작한 정서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화 안 내지. 가든 안 가든, 예준이 마음이야. 엄마는 화내지 않아.”
그제야 최예준의 작은 얼굴이 조금씩 풀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이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정수아 쪽으로 달려갔다.
“이모, 괜찮아요?”
그 장면을 본 정서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믿기지 않는 듯 커다란 눈으로 아들의 등을 바라보며 그녀의 온몸은 순식간에 얼음물에 빠진 듯 차갑게 식었다.
‘왜 이런 일을 겪고도, 예준이는 정수아부터 걱정하는 걸까...’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답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사이 박경희는 마침내 119에 전화를 걸어 주소를 불러주고 최재현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는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왜 피까지 나는 거야? 수아야, 엄마 놀라게 하지 마!”
그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 정서연은 숨을 들이켰다. 팽팽히 긴장했던 정수아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이젠 정말로 의식을 잃은 듯 축 처졌다.
“당신, 의사잖아! 동생이 이렇게 다쳤는데 그냥 가만히 보기만 할 거야?”
최재현이 분노 섞인 고함을 쳤다. 그의 얼굴엔 다급함만 가득했고 방금 전의 분노는 어디론가 사라진 듯했다.
박경희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만족하냐고! 수아가 이렇게 되니까 이제야 속이 시원해? 넌 어릴 때부터 늘 이기적이었어! 차라리 네가...”
“엄마, 이모 좀 살려줘! 이모만 살려주면 예준이 진짜 말 잘 들을게!”
조금 전 큰 억울함을 겪었던 일이 무색하게 아이는 온전히 정수아 걱정뿐이었다.
그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안혜연이 문밖에 서 있었다. 그 순간 정서연을 향해 안쓰럽고도 따뜻한 시선을 건넨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정서연은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한 채,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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