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안혜연이 내민 물티슈를 받아 든 정서연은 손에 묻은 피를 힘주어 문질러 깨끗이 닦아냈다.
“괜찮아요.”
고개를 들었을 때, 방금까지 뒤섞였던 감정은 흔적도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안혜연이 무슨 말을 더 하려는 순간, 정서연이 먼저 물었다.
“나한테 전화한 게 이 일 때문이었어요?”
“네?”
안혜연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제가요? 전 사모님께 전화를 드린 적이 없어요. 지금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는데요.”
정서연이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이 번호, 아줌마 거 맞죠?”
“맞기는 한데요...”
안혜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잘못 눌렸나? 저한테 한번 걸어 보시겠어요? 오늘 밤새 핸드폰을 못 찾았거든요.”
정서연은 곧장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요를 가르는 윙윙 진동 소리가 났다. 안혜연은 소파로 달려가 틈 사이를 더듬더니 핸드폰을 꺼냈다.
“이상하네. 오늘은 소파에 앉지도 않았는데 왜 여기 있지? 그나저나 어떻게 잘못 눌려 사모님께 전화가 간 거야?”
정서연은 그 핸드폰을 잠시 응시하다가, 막 저택에 도착했을 때 박경희가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있던 걸 떠올리는 순간, 가슴속에서 싸늘한 기운이 치밀었다.
‘그 여자가 전화했을까? 날 일부러 불러들여 그 소란을 구경시키려고?’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아니야. 정수아가 기절한 척을 하다 머리를 부딪쳐 정말로 쓰러졌을 때, 그 여자 얼굴에 떠오른 걱정은 연기가 아니었어.’
그렇다면 더 앞을 봐야 했다.
‘그 여자는 재현 씨가 예준이를 혼내는 걸 내가 보길 원했던 걸까? 다만 일이 이렇게 뒤집힐 줄은 몰랐던 거고?’
그래도 뭔가 맞지 않았다. 정서연은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자마자 차갑게 쏘아붙이던 박경희의 태도를 떠올렸다.
‘그 소문들 때문이겠지.’
그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나를 여기 오게 한 건, 재현 씨 앞에서 그 소문을 들먹이면서 대놓고 나를 깎아내리려던 거였어.’
‘재현 씨 역시 그 일로 나를 책망했을 테고. 사람들이 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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