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추지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 이건 결국 소문을 피해서 숨는 거잖아요? 그들에게 더 헐뜯을 빌미만 주는 거고.”
“어쩔 수 없어요. 나 때문에 병원 운영에 지장을 주고 환자들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면 그건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받아들인 거예요?”
짐을 정리하던 정서연의 손이 멈칫했다.
“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그거니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서연의 표정은 영 개운치 않았다.
추지훈도 그 기색을 눈치챘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진단서를 탁 내려놓고 일어섰다.
“이건 이렇게 넘어가선 안 돼요. 내가 직접 원장님과 얘기해 볼게요.”
“잠깐만요.”
정서연이 그를 붙잡았다.
“이건 원장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병원 전체를 위한 판단이었고 지훈 씨가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지금으로선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에요.”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제가 원장님이랑 같이 고민해 볼게요. 서연 씨는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어요. 저런 사람들한테 고개 숙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서연 씨가 원하지 않는 일, 억지로 하게 만들진 않을게요.”
추지훈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그대로 진료실을 나가버렸다.
정서연은 더는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금세 돌아올 게 뻔했기에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책상 위의 자료를 정리했다.
서류 대부분은 민정희의 병리 리포트와 지난 세미나에서 정리한 내용들이었다.
그러다 진료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그녀는 습관처럼 말했다.
“역시 안 되죠? 그런 소문 상대로는 일단 물러서는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문을 연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상함을 느껴 고개를 들자 반갑지 않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정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엔 왜 왔어?”
정수아가 책상 앞까지 다가왔다. 머리는 단단히 붕대로 감겨 있었고 작은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언니,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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