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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정서연은 눈을 감은 채 콧대를 꾹 눌렀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함께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이 일, 누가 뒤에서 손 썼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추지훈이 망설임 없이 물었다. “혹시 가족들인가요?” 정서연은 눈을 번쩍 뜨며 놀랐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쪽 말고는 떠오르는 데가 없어서요. 설마 최 대표는 아니겠죠?” 정서연이 고개를 저었다. “최 대표는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자기 격을 떨어뜨릴 사람은 아니거든요.” 추지훈은 말없이 운전에 집중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잠시 후, 정서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정수아랑 그 애 엄마가 짜고 한 일일 거예요.” 앞 교차로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추지훈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 그분이 서연 씨 어머니시기도 하잖아요?” 그 말을 들은 정서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 안 해도 돼요. 그러고 보니 우리 집안 얘기는 내가 딱히 말한 적이 없네요. 뭐 굳이 할 얘기도 아니긴 하지만...”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추지훈은 그녀의 가족사가 보통이 아님을 눈치챘다. 문득 유학 시절의 그녀가 떠올랐다. 옷도 가방도 죄다 고급 브랜드였는데 이상하게 아르바이트를 늘 했고 매년 학비는 대출로 메웠다. 졸업하던 해엔 장학금과 모은 돈으로 대출을 다 갚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집안이 어려워진 줄만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자신이 너무 단순했다. “기회 되면 얘기해 줄게요.” 정서연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자 추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 기회에 동생을 잡아낼 생각이에요?” “지금 당장 끄집어내봤자 소용없어요. 그 애는 우리 집안뿐 아니라 최 대표까지 등에 업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책임을 묻는 게 쉽겠어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모를까.” 그 증거 앞에서는 최재현이라 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을 테니까. 정서연의 목소리엔 깊은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신호등이 깜빡이더니 곧 초록불로 바뀌었다. 추지훈은 다시 엑셀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말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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