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화
추지훈이 진료실로 들어섰을 때, 얼굴엔 방금 원장실에서 받은 실망감이 짙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최재현을 보는 순간,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여긴 진료실입니다. 오늘은 외래 진료도 없는데 최 대표님이 여기 계신 건 적절하지 않아요.”
날 선 말투에 최재현도 똑같이 추지훈을 노려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 정서연이 서 있었지만, 두 남자의 시선은 거침없이 부딪쳤다.
“내 아내를 찾으러 온 건데,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지?”
정서연이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봤다.
“재현 씨, 이제 그만 가줬으면 좋겠어.”
그 한마디로 최재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때 추지훈이 먼저 진료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멀리 안 나갈게요.”
요즘 그녀 앞에서 최재현은 언제나 자신이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향한 감정이 깊어질수록, 이상하게도 자신이 점점 더 초라해 보였다.
그렇다고 그는 서두르진 않았다. 추지훈을 날카롭게 흘겨본 뒤, 정서연에게로 시선을 돌려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한 말, 언제든 유효하다는 거 기억해.”
그 말을 남기고 최재현은 진료실을 나갔다.
그가 떠나자, 추지훈이 문을 닫으려 했지만 정서연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열어둬요. 마침 저도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원장님께 부탁해서 데려다 달라고 하려고요.”
추지훈은 입술을 꼭 다문 채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최 대표가 뭐라고 하던가요?”
정서연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냥... 나한테 무슨 문제 생기면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왜요?”
평소라면 이런 일에 관심조차 없던 추지훈이었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캐묻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에 그는 안도한 듯 짧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원장님은 지금 민 여사님 병실에 계셔서 제가 대신 데려다줄게요.”
“그래요. 그럼 부탁할게요.”
둘은 병원 뒷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찌 소문이 났는지 주차장 입구엔 이미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몇 명 진을 치고 있었다.
정서연은 모자와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더했고 추지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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