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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경찰서에서 몇 시간을 허비하고 집에 돌아오니 이미 해는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집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바닥엔 덜 마른 페인트가 흥건했고 선혈처럼 붉은 자국은 보는 이의 숨을 막을 만큼 끔찍했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정서연은 반사적으로 반 발짝 뒤로 물러섰고 그녀의 반응을 눈치챈 추지훈이 돌아서 그녀의 시야를 가려주었다. “여기서 기다려요. 내가 갈아입을 옷만 챙겨올게요. 오늘 밤은 호텔에서 지내는 게 좋겠어요.” 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돌렸고 그 끔찍한 자국은 끝내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껏 담담히 버텨온 그녀도 연이어 닥친 충격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추지훈은 금방 짐을 챙겨 나왔다. 문을 잠근 뒤 한 손엔 짐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정서연의 손을 꼭 잡았다. 호텔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있었다. 객실은 각자 따로 잡았지만 그는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곧장 정서연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준 정서연의 얼굴엔 피곤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추지훈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호텔에서 주문한 따뜻한 음식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조금이라도 먹어봐요.” 침대 위엔 옷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방에 들어온 뒤 줄곧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듯했고 천천히 다가오는 정서연을 보며 추지훈이 결국 입을 열었다. “그렇게 있다간 정말 우울증 올 수도 있어요.” 정서연은 나직하게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 말투는 담담했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추지훈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잡았다. “서연 씨,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내가 지켜줄게요. 믿어줘요.” 그 말에 정서연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왜 하필 나일까요.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죠? 난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추지훈의 숨이 턱 막혔다. 가슴 한가운데 묵직한 통증이 밀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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