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문 쪽으로 시선이 닿자, 정서연은 그제야 상황이 정리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페인트 세례를 피했고 제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페인트에 뒤덮인 남자들을 붙잡아 수갑을 채우고 있었다.
추지훈이 서둘러 그녀의 손을 묶은 끈을 풀고 조심스레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다친 데는 없어요?”
아직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채, 정서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곧 경찰 중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정서연 씨, 지금 저희와 함께 경찰서로 가셔서 진술 좀 해주시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추지훈의 따스한 손이 그녀의 차가운 손을 감싸 쥐었다.
“나도 같이 갈게요. 걱정하지 마요.”
그 말에 정서연은 겨우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고 두 사람은 그렇게 경찰을 따라 경찰서로 향했다. 차 안에서야 그녀는 조금 숨을 고르고 물었다.
“어떻게 다시 온 거예요? 신고까지 하고?”
“아까 서연 씨 데려다주고 나서 두 명이 수상하게 단지를 기웃거리는 걸 봤어요. 그러고는 우리가 사는 동 쪽으로 가더라고요.”
말을 잇는 그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더 일찍 돌아오지 못한 걸 자책하는 얼굴이었다.
“요 며칠 계속 이상한 일만 생기잖아요. 마음이 걸려서 병원에서 바로 차 몰고 돌아왔어요. 마침 보니까 그 사람들이 관리인 복장으로 갈아입고 있었는데 옷이 몸에 맞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신고했죠.”
“정말 다행이에요. 지훈 씨가 와줘서요.”
그러자 추지훈이 더 깊게 찌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좀만 빨리 왔어도 애초에 그런 일 겪을 필요 없었을 텐데...”
자책 섞인 말에 정서연이 힘겹게 웃어 보였다.
“충분히 빨랐어요. 그 사람들 손에 도구도 있었고 체격도 꽤 컸잖아요. 우리 둘이었어도 상대하기 어려웠을걸요.”
이런 상황에서도 정서연은 그를 달래고 있었다. 괜히 그녀에게 또 걱정을 안기고 싶지 않았기에 추지훈은 더는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다.
“오늘 돌아가면 바로 이사하죠.”
그의 말에 정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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