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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정서연은 그저 최재현과 정수아가 자기 주변을 맴돌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고 더 이상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건 사치일 뿐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입술을 꾹 다문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의 가슴 어딘가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서글픔이 스며들었다. 예전에도 최재현 때문에 마음 아팠던 때가 있었다. 정수아가 처음 집안에 발을 들였을 무렵이었다. 그의 무정한 태도, 그리고 여섯 해 동안 쌓아 올린 가정을 단숨에 허무는 냉담함에 그녀는 밤마다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런데 지금의 최재현은 어쩐지 조금 달라진 듯했고 이상하게도 그게 오히려 더 아팠다. 한여름의 숨 막히는 더위 속, 정서연이 간절한 건 시원한 아이스크림인데 그가 내민 건 겨울에 잃어버렸던 목도리였다. 분명 좋은 물건이고 쉽게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그래서 더 쓸모없게 느껴지고 더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답답하던 가슴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녀는 또다시 바보처럼 그의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녀에게 더 이상 그의 변화 따위는 필요 없다는 사실이었다. 끼익. 고요한 진료실에 문이 다시 한번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 선생님, 민 여사님 또 피를 토하셨어요! 추 선생님께서 얼른 오시라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서연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까지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감정은 싹 비어졌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도를 향해 달려 나갔다. 병실에 도착하자 추지훈이 응급 처치에 한창이었다. 그러나 민정희는 여전히 피를 토하고 있었고 상황은 심각해 보였다. 정서연은 말없이 입술을 깨문 채 병상 주위를 분주히 오가며 대응하느라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번 결과는 이전과 달랐고 무언가를 놓친 느낌이 강했다. 사소한 실수가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건지도 몰랐다. 30분 후. 급히 도착한 검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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