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어쩌면 재현 오빠는 나를 위해 일부러 모른 척하는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해 보니, 최재현은 이미 두 번이나 그녀를 위해 나서 소송을 막아주었다. 그럼에도 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지 정수아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편, 정서연은 병원에 잠깐 들러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와 쉴 수 있었다.
저녁 일곱 시 무렵, 그녀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창밖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가슴을 스쳤지만 그 기분은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순식간에 흩어져버렸다.
“사모님, 오늘 일은 무사히 잘 마무리됐습니다. 아가씨 말이 대표님께서 자기를 지켜주셨다고 하더군요.”
가정부가 기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왔지만 정서연의 대답은 무덤덤했다.
아이한테 전교생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는 건 최재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으니 그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다만 도련님이 이번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아요. 당분간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네요.”
정서연의 냉담한 반응에 보모가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사모님께서 도련님을 조금 위로해 주시면 어떨까요? 용기도 좀 북돋아 주시고요.”
정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래도 사모님께서 어쨌든 친어머니이시잖아요. 그동안 오해와 갈등이 있었어도 도련님은 분명 사모님 말씀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서연이 끼어들었다.
“저 지금 바빠서요. 끊겠습니다.”
“엄마!”
갑자기 전화기 너머에서 밝고 경쾌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서연은 순간 얼어붙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다정한 목소리였던가. 냉장고 문을 열려던 손이 멈췄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하려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전혀 달갑지 않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준아, 나랑 아빠가 온 줄 어떻게 알았어?”
정수아의 목소리였다.
정서연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에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이가 그토록 다정히 부른 목소리는 처음부터 자신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