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하지만 정수아의 그 눈물은 애써 울음을 참다가 끝내 눈물을 떨구던 정서연의 모습만큼 그의 가슴을 흔들지는 못했다. 최재현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간신히 눌렀다.
정서연이 차갑게 경고했다.
“정수아, 병실에서 떠들지 마.”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최재현은 정수아를 감싸며 나섰다.
“지금 당신 목소리가 더 큰 것 같은데?”
최재현의 눈에는 정서연이 정수아에게 보이는 퉁명스러움이 자신을 향한 신경질적인 감정 때문인 듯 보였다.
그에게 무관심한 척하는 그녀의 태도가 못마땅했던 그는 일부러 정수아를 보호하는 척하며 정서연의 반응을 자극하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자신도 모르게 정서연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정서연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물건을 정리한 뒤 진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약 먼저 받아올게요.”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정서연은 끝내 최재현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와 어깨가 스칠 만큼 가까이 지나가면서도 그녀는 앞만 보고 걸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방 안에 그의 존재 따위는 없었던 것처럼.
그녀의 희미한 향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최재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병실 문 밖으로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가슴에는 묘한 허전함과 씁쓸함이 밀려왔다.
언제부터 아내가 이토록 자신을 흔드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정수아는 최재현의 팔에 기대어 흐느끼며 말했다.
“재현 오빠, 그러다 언니가 또 화내면 어떡해?”
최재현은 팔을 감싸는 그녀를 밀어내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진도윤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서 지금은 안정이 필요해.”
최재현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정수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걱정이 돼서 그만...”
진도윤은 그녀를 흘끗 쳐다본 뒤 담담히 말했다.
“그리고 어르신이 깨시면 앞에서 울지 않는 게 좋아요.”
연신 사과하는 정수아를 뒤로하고 진도윤은 다시 시선을 최재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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