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57화

“싫어요.”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정서연은 추지훈과 어린아이처럼 실랑이를 벌이다 어느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그 사람 선물은 그냥 받으면서 내건 조건은 왜 받아들이지 않는 거예요?” 최재현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제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았던 정서연은 그의 말을 재빨리 가로막았다. “알았어요. 선물은 그냥 받을 테니 이제 그만하세요.” 정서연은 살짝 머리가 아파왔다. 평소 냉철하던 추지훈의 모습이 이렇게 흐트러진 건 처음 보는 듯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나도 이제 자야겠어요. 출근 잘해요.” 추지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가볍고 밝았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었지만 정서연 역시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잘 자요.” 전화를 끊고 나서야 시계를 확인한 그녀는 놀라서 급히 식탁을 정리하고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 덕분에 지각은 면했지만 결국 추지훈과 선물을 두고 옥신각신한 탓에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정 선생님, 차 바꾸셨어요? 정 선생님이랑 딱 어울려요.” 우연히 마주친 동료가 부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을 걸었다. 정서연은 순간 난감해져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굳이 설명하기 어려워 간단히 답했다. “아는 지인이 안 탄다고 해서요.” 하지만 그녀가 한 그 말은 공교롭게도 조금 뒤늦게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말았다. 냉기 어린 얼굴을 한 최재현의 매서운 시선이 그녀를 향했고 눈빛엔 분노와 비웃음이 섞여 있었지만 정서연은 얼른 시선을 돌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2층에서 동료가 내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최재현이 몸을 홱 돌려 그녀를 모서리 쪽으로 몰아세웠다. “지인? 당신한테 그런 지인이 있었나? 남자가 준 차겠지?” 그의 목소리는 불만과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정서연은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숨결을 피해 고개를 살짝 돌렸다. “당신이 모르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어? 내가 모든 걸 당신한테 일일이 보고해야 해?” 최재현은 마치 허공에 주먹질이라도 한 듯 답답함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