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정서연은 바닥에서 일어나자마자, 마치 불길한 기운이라도 느낀 듯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그렇게 두 걸음 물러서자, 둘 사이에는 어느새 조금의 거리가 생겼다.
하지만 최재현은 그녀가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를 막아섰다.
“내가 너한테 집에 돌아오라고 말한 게 벌써 몇 번째인지 알아?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그렇게 스스로 대단한 줄 착각하지 마. 네가 없다고 해서 이 집이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
“그런 말 한 적 없어.”
정서연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도, 날 다시 받아주겠다는 말도, 전부 최 대표님이 먼저 한 거잖아요?”
그 말에 최재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더니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네가 이렇게 말대꾸도 잘하는 애인지 모르고 살았네?”
정서연은 점점 뒤로 밀리다가 결국 등 뒤 벽에 닿고서야 멈춰 섰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당신만 몰랐을 뿐이지.”
“내가 몰랐다고?”
최재현은 정곡을 찔린 듯한 표정으로 이를 악문 채 되물었다.
“너를 잘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해? 추지훈인가?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도대체 그 자식이랑은 어디까지 간 거야?”
정서연은 진심으로 웃음이 났다. 웃겨서라기보다는 모든 걸 체념한 사람의 허탈한 웃음이었다.
그런 반응에 최재현은 더욱 분노했다.
묵묵히 웃기만 하는 정서연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결국 이성을 잃은 듯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웃어? 내가 제대로 짚었나 보지? 예준이 새아빠라도 만들어주고 싶은 거야? 뭐가 됐든 최소한 내 허락은 받아야 할 거 아니야! 이렇게 자꾸 나를 자극한다면 예준이 얼굴 평생 못 보게 만들 수도 있어.”
그 말에 정서연의 심장이 잠시 멎는 듯 덜컥 내려앉았고 두려움과 불안이 순식간에 덮쳐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저 한순간의 동요였을 뿐이었다. 정서연은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협의이혼 신청한 지 오래돼서 잊은 거야? 이혼 합의서에 예준이 양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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