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백진우는 백연의 손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었고 그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놓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여자와 그 허세 떠는 남자가 차 안에서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묻고 싶었다.
‘그저 안겨서 키스만 했을까?’
‘아니면 그 이상의 일을... 한 걸까?’
하지만 입술 끝까지 튀어나온 말을 삼키며 깨달았다. 자신에겐 그녀에게 따질 자격이 없다는 것을.
백연에게 그는 그저 ‘개’일 뿐이다. 개가 무슨 권리로 주인에게 따져 묻는단 말인가.
붉게 부어오른 그녀의 입술을 보자 배신당한 듯한 분노가 끝도 없이 밀려와 그의 이성을 무너뜨리려 했다.
‘사기꾼!’
‘이 여자, 온통 거짓말뿐인 사기꾼이잖아!’
“백진우, 가서 목욕물 받아.”
백연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고 백진우의 표정 변화 따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취했어도 말투는 여전히 명령조였다.
백진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네, 그럴게요.”
그녀는 확실히 씻어야 했다. 밖에서 그 저급한 남자가 어떤 향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녀 몸에도 그 냄새가 묻어 있었다.
정말 역겨운 냄새였다.
그는 백연을 부축해 거실까지 데려온 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물을 받았다. 물을 채운 뒤 그녀가 자주 쓰던 라벤더 배스볼을 골랐다.
배스볼은 따뜻한 물 속에서 빠르게 녹아들어 욕실 전체에 진한 라벤더 향이 퍼졌다.
‘동생 역할’을 맡은 소년은 지금만큼은 성실한 하인처럼 공손히 내려와 욕조 물이 준비됐다고 알렸다. 백연을 부축하려 손을 내밀었으나 그녀는 손으로 그를 밀어냈다.
“안 도와줘도 돼.”
그녀가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백진우는 아래로 떨어진 손을 꽉 쥐었다.
“누나, 내가... 약 사올까요?”
백연의 발걸음이 멈추고 돌아서서 그를 바라봤다. 눈에는 어리둥절함이 비쳤다.
“무슨 약?”
백진우는 입술을 달싹이며 천천히 말했다.
“피임약이요. 누나는 아직 결혼도 안 했잖아요. 비록 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미혼 여자가 임신하면... 아무래도 평판에 영향이 있을 거예요. 우린 가족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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