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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백연은 당당하게 말했고 변명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이었다. 최도영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나는 백연 씨가 그냥 심심할 때 즐기려는 장난감일 뿐이다... 이건가요?” 백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모르는 척 말했다. “최도영 씨가 먼저 나 찾아온 거잖아요. 그래 놓고 내가 일부러 최도영 씨 속여서 꼬신 것처럼 말하네요. 분명 앞으로 보지 말자고 했으면서 오히려 내 일을 방해하고 다른 남자 손에서 날 끌고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최도영 씨가 아니더라도 내 장난감으로 있어 줄 사람 있어요. 먼저 다가온 건 최도영 씨면서 지금... 날 탓하는 거예요?”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도로 위로 자동차들이 쌩쌩 지나치고 불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를 밝게 비춰주다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녀를 보았다. 평소의 여유가 가득한 모습은 지금 찾아볼 수 없었다. “하, 오늘 내가 괜히 나섰지... 내가 쓸데없는 참견을 했어.” 늘 자존심이 높고 오만하던 남자는 스스로를 비웃듯 툭툭 내뱉었다. 오늘의 만남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백연이 아니었다면 그는 절대 차를 세워 참견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는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는 멍청한 짓을 했다. 그러니 그녀에게 이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화가 나긴 했으나 최도영은 백연을 무사히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차는 백연의 별장 앞에 멈추었다. 술 취한 백연이 차에서 내려서 뾰족한 하이힐이 돌길에 짚일 때마다 걸음은 비틀거렸다. 그 모습에 최도영은 살짝 미간을 구기며 따라나섰다. 그녀를 집 안까지 들여보내고 난 후 앞으로는 완전히 선을 그을 생각이었다. 백연이 또 넘어질 뻔하여지자 최도영은 얼른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아주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바로 이때 별장의 현관문이 열렸다. 그 백연의 동생이라는 남자가 집 안의 조명을 등진 채 우뚝 서 있었다. 소리도 없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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