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누나 자요? 내가 해장국 끓여 왔어요.”
침실 문이 다시 두드려지고 백진우가 갓 끓인 해장국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와.”
문을 사이에 두고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담담했다.
백진우는 문손잡이를 돌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침실에는 작은 무드등 하나뿐이었고 백연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부드러운 조명에 얼굴이 잠겨 있었다.
“국을 좀 더 식혀놔서 이제 뜨겁지 않아요. 누나가 다 마시면 속도 덜 불편할 거예요.”
백진우는 침대 곁으로 다가와 몸을 살짝 숙였다.
“내가 먹여 줄까요?”
백진우의 말에 백연은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럼 부탁 좀 할까, 동생아?”
스푼이 그녀의 입술 가까이 다가오고 사과와 꿀로 끓인 해장국에서는 은은한 과일 향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벌렸고 달콤한 맛이 입안 깊숙이 퍼졌지만 머리 위에서 꽂히는 시선은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거웠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백진우가 그녀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저급한 남자’랑 얼마나 오래 키스한 건지 아직도 그녀의 입술은 부어 있었다. 입술에 묻은 국물이 물빛처럼 번졌고 과일 향이 퍼져 나가며 유혹적인 단맛을 더했다.
백진우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지고 스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국을 다 마시자 백연은 슬슬 졸음이 밀려왔다.
‘이 녀석은...’
‘하는 짓이 참 한결같네, 진짜!’
백연은 하품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나 이제 잘 거야. 너 가봐.”
“네, 누나 잘 자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빈 그릇을 들고 방을 나갔다.
밤은 깊어 갔다.
꼭 닫힌 침실 문이 약한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고요한 밤 속에서 유난히 거슬리게 들렸다.
작은 무드등 아래 침입자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고 어둠 속에 숨겨졌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다.
침대 위의 사람은 이미 깊이 잠들어 얕은 숨만 내쉬고 있었다. 백진우는 소리도 없이 침대 곁에 서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고 붉은빛은 눈에 거슬릴 만큼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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