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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백진우는 싸구려 여관에서 지냈다. 여긴 방음이 최악이라 밤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가 고스란히 다 들렸다. 여자의 잔뜩 흥분한 목소리와 남자의 거친 숨... 그리고 금세 조용해지는 소리들. 그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 백진우는 프런트에서 산 싸구려 담배를 뜯어 불을 붙였다. 한 모금 빨자마자 목이 더부룩해지고 기침이 터졌다. 결국 막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버리고 그는 핸드폰을 들여다본 채 본계정과 부계정을 번갈아 확인했으나 어느 쪽에도 그가 원하는 연락은 없었다. 정작 자신도 뭘 기다리는 건지 몰랐다...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 아니면... 그녀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그는 개처럼 기어 돌아갈 만큼 비참한 걸지도 모른다. 운명의 저울은 한 번도 그에게 기울어 준 적이 없었다. 백씨 가문도, 주씨 가문도... 그 어디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그 냉철한 자각이 오히려 고통을 더 키웠고 초라한 여관방 구석에서 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왜?’ ‘대체 왜 나만 이런 거지?’ 들끓는 분노가 신경을 갉아 먹어 그는 끝없는 고통 속으로 빠져들었다. 백진우는 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누워 있었고 핏발 선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렇게 괴롭다면... 아예 모든 근원을 부숴버리면 된다. ... 주재현이 결국 백진우를 찾아왔다. 백연의 예상대로 그는 압박과 회유를 써보려는 듯했다. “내가 알기론, 백씨 가문 부부가 세상을 떠난 뒤 백진우 씨 누나는 백진우 씨에게 잘해주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안 주재현은 눈앞의 ‘조카’라 불리는 남자를 다시 한번 유심히 살폈다. 그는 주유민과 또래였지만 두 사람이 처한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한 명은 사랑을 독차지하며 태어날 때부터 금으로 둘러싸인 주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자랐던지라 버릇도 제멋대로였다. 또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보육원 문 앞에 버려졌고 다섯 살에 백가에 입양됐지만... 그 이후의 삶도 지옥이었다. 주재현 앞에 앉아 있는 남자는 태연한 척했지만 찻잔을 쥔 손이 그의 흔들리는 내면을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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