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최도영은 목구멍에 무언가 틀어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고 머릿속마저 새하얘져서 주재현에게 반박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한 사람이 곁에 있는 남자를 향해 다정한 눈빛을 보내면서 동시에 다른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는 당연히 그녀의 실체를 폭로하거나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주재현에게 자신의 약혼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에서는 은밀한 쾌감 같은 것이 피어올라 망설이게 했다.
그 순간 다리에 전해지던 움직임이 사라지고 백연은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약혼자님,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주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백연이 나가고 나서야 룸 안의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주재현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지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영아, 네가 하지윤 때문에 백연 씨한테 불만이 많은 건 알지만 약혼은 이미 정해진 일이야. 백연 씨는 내 약혼녀니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는 이내 잠시 뜸을 들였다.
“백연 씨는 은근 자존심 강한 사람이니까 그런 말로 곤란하게 만들지 좀 마.”
주재현이 이렇게까지 백연을 감싸는 모습에 최도영은 짜증이 피어올랐다.
“주재현, 백연은 수작을 부려서 네 약혼을 받아낸 여자야. 그리고... 그 여자는 널 사랑하지도 않아. 넌 진짜 몰라서 이러는 거야?”
주재현도 물론 알고 있었다. 심지어 백연의 본성이 얼마나 잔인한지도 말이다. 그녀의 순한 태도와 청순함은 애초에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가면이었다.
백진우에 대한 자료를 조사할 때 거기에는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수년간 백진우에 대한 백연의 학대가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백연은 아주 악랄한 사람이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천천히 풀었다.
그러고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뭐.”
어차피 그는 그녀와 서로 필요한 것을 받아내고 이용하는 관계일 뿐이었다.
그의 대답에 최도영은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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