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주재현은 백연의 손가락을 가지고 놀 듯 가볍게 매만지며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 말은 분명 백연에게 들려주는 것 같았지만 실은 백진우가 들으라는 듯한 어조였다.
백연은 항상 진지한 줄만 알았던 주재현의 입에서 이런 노골적인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눈을 휘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여보.”
하지만 두 남자의 기싸움은 여전히 암묵속에서 더욱 거세게 고조되고 있었다.
백진우는 허리를 곧게 펴고 서 있었다. 새까만 눈동자는 얼음처럼 싸늘했다.
그는 주재현의 손이 마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듯 백연의 손을 완전히 감싸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 손아귀에 그녀의 손이 그의 더러운 기운으로 물드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입만 열면 여보라고 부르는 소리 또한 귀에 거슬렸다.
‘역겹고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늙은이.’
백진우는 이미 주재현의 약혼자와의 관계를 먼저 차지한 사람이다.
운이 좋으면 지금 이 순간 백연의 배에 깃든 것도 자신의 씨일지도 모른다.
‘약혼자라는 명함 하나만 가진 초라한 신세에 감히 뭘 안다고 주권을 주장하는 거야.’
비웃음을 띠며 백진우가 말했다.
“누나가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삼촌 간섭이 심하네요. 앞으로 누나가 뭐 입고 나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돈을 얼마 쓰는지도 삼촌 허락받아야 해요? 우리 젊은 사람들 말로 그걸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죠.”
이 두 남자의 말싸움이 더 이어지는 걸 견디지 못하고 백연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만해요. 나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다 나가요.”
두 사람을 모두 쫓아내자 그녀의 귀에 겨우 고요가 찾아왔다.
백연이 준비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백진우는 이미 그녀를 위해 아침을 차려놓고 있었다.
“누나, 오늘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요?”
백연이 아침을 먹는 사이 백진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오늘은 할 일도 없고 너무 심심해요. 그리고 요 며칠 내내 주씨 가문에 있어서 누나랑 같이 못 있었잖아요.”
그의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백연은 오늘 주재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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