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공항.
최도영은 한 손을 창밖에 거쳐 두고 손가락 사이에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느슨하게 끼운 채 바깥의 복잡한 인파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시선을 거두고 옆에서 어두운 얼굴로 굳어 있는 남자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최도영이 가볍게 고개를 들었다.
“너 그 썩은 표정 좀 풀어. 이따 지윤이가 너 이렇게 서 있는 거 보면 무슨 원수 만난 줄 알겠다.”
그는 하지윤이 오늘 갑자기 귀국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주재현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바빠? 나랑 같이 공항 좀 가자. 사람 마중하러.”
“누구?”
“가 보면 알아.”
최도영은 그를 속여서 공항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막상 도착하고 나서야 주재현은 최도영이 마중 온 사람이 하지윤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차에서 내려 그냥 떠나려 했으나 최도영이 바로 붙잡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딜 가는 거야?”
주재현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
“나 내일 약혼이야. 오늘 공항에서 하지윤을 마중 나온 걸 알면 온갖 추측이 쏟아질 거다.”
입꼬리를 올리며 최도영은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누가 감히 추측해?”
그러고는 비웃듯 말했다.
“주재현, 나는 네 친구야. 네 속마음 모를 줄 알아? 아직 지윤이를 놓지 못하고 마음에 걸리니까 겁나서 못 보는 거잖아. 게다가 너희 둘은 헤어졌어도 지윤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지켜본 여동생 같은 애야. 그리고 주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협력 사업도 산더미야. 앞으로도 자주 볼 텐데 이렇게 피하고만 살 거야?”
지겹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재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부터는 멋대로 결정하지 마.”
그때 주재현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최도영이 잽싸게 목을 길게 빼며 화면을 훔쳐봤다.
“뭐야? 혹시 네 귀여운 약혼자가 소식 듣고 벌써 난리 친 거 아니야?”
휴대폰을 열어 주재현이 확인했다.
“은행 문자야.”
최도영도 그제야 화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14억 원이 빠져나갔다는 알림이었다.
“14억? 그 여자가 쓴 거야?”
그는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질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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