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전화기 너머에서 하지윤의 이름을 듣는 순간 조용해졌다.
하지윤은 무의식적으로 주재현을 바라봤다. 그의 가지런한 미간이 서서히 좁혀지는 걸 보며 지금 말을 꺼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잠깐 생각한 뒤 그녀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아니야, 우리 아빠랑 엄마 그리고 수정이가 다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어서 다음에 같이 먹자. 그때 도영이 네 신비로운 여자 친구도 같이 부르고 재현이도 약혼녀 데리고 와.”
그녀는 주재현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고 말과 행동 모두 얌전하고 단정했다.
“응.”
주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답했다.
한편 백연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하지윤이라는 이름이 들려오자 손가락 마디가 힘으로 인해 하얗게 질렸다.
“지윤 언니가 돌아왔나 봐요. 그러고 보니 나도 언니를 본 지 정말 오래됐네요. 내일 약혼식에서 지윤 언니를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보, 나 대신 언니한테 꼭 와달라고 전해줘요.”
“네, 그럴게요.”
“여보 그럼 끊을게요.”
전화가 끊기자 백연의 미간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녀는 주재현 목소리에서 미묘한 냉담함과 건성을 느꼈고 하지윤이 슬쩍 물러서는 듯하면서도 자신을 자극하는 말투도 분명히 알아챘다.
역시나 공식 커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하지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이미 이긴 셈이었다.
하지만 백연은 절대 져줄 생각이 없었다.
손가락 끝으로 네일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만지자 규칙적이지 않은 커팅면에서 잘게 부서진 빛이 반짝였다.
전화가 끝난 뒤 하지윤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백연 씨가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어.”
주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오해 안 할 거야.”
그러자 최도영이 코웃음을 쳤다.
“오해하면 뭐 어때. 본래 수 써서 너한테 매달려 약혼까지 한 거잖아. 안 그랬으면 너랑 지윤은 지금쯤...”
주재현이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최도영의 말을 끊었다.
“됐어. 운전에 집중해.”
최도영은 눈을 흘기더니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신호에 걸리자 최도영의 손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백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약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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