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모든 시선이 순간 스포트라이트처럼 내게 집중되었다.
“저게 유근호 씨 조카라고? 겉보기엔 순해 보이던데 이렇게 못된 아이일 줄이야.”
“아이고, 한부모 가정 아이라서 심리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모양이야.”
“돌잔치 날에 케이크를 쓰러뜨리다니, 이건 큰 금기야. 그냥 남을 괴롭히려는 거잖아.”
외할머니는 얼굴이 새파래지며 달려들더니 손을 휘둘러 나를 때리려 했다.
“이 망할 녀석, 네가 머리 검은 짐승일 줄 알았어! 누가 너한테 여기로 오라고 했어, 응?”
외할머니의 손이 내 얼굴에 닿으려는 순간 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유난히 선명했고 심지어 조롱이 섞여 있었다.
“외할머니, 저 때리지 마세요. 이 케이크는 엄마가 밀어버린 거예요.”
“너 무슨 헛소리를!”
엄마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어 내 입을 막으려 했다.
“여러분이 말해봐요. 이 아이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잘했어요. 제가 왜 조카 케이크를 밀어버리겠어요? 그래도 제가 고모인데.”
“그래요?”
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지나쳐 진작 화가 나서 온몸이 떨리고 있는 외삼촌을 바라보았다.
“삼촌, 기억나세요? 어젯밤에 집에서 엄마가 말해줬는데 이 케이크가 천만 원이래요. 등록금으로도 충분한 금액인데 삼촌은 우리에게 고작 천 원짜리 두 장을 줬네요.”
외삼촌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너... 너 무슨 헛소리를!”
나는 외삼촌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가 크고 또렷해서 주위에 있는 몇몇 테이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엄마가 또 말하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삼촌한테 이 양복 한 벌 사주려고 엄마 금반지를 몰래 팔았대요. 케이크가 부러운 건 아니고... 단지 남동생은 애지중지 키우면서 왜 자신은 짐짝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대요.”
적막이 감돌았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뺨이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외삼촌의 얼굴은 돼지처럼 붉게 달아오른 채 엄마에게 삿대질하는 손가락마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누나, 대체... 애한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 금반지는 누나가 원해서 나한테 준 거잖아.”
“원해서?”
엄마는 당황스러웠다.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나한테 책임을 미루지도 못한 채 내가 오히려 오래된 과거를 들춰냈으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병적인 방어 기제가 작동했다.
엄마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래, 내가 밀었어! 그게 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잖아!”
엄마는 탁자 위에 깨지지 않은 술병을 집어 들고 외삼촌 가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유근호, 이 배은망덕한 짐승아! 네 학비를 누가 대줬는데? 결혼할 때 신혼집 계약금은 누가 줬고? 이젠 돈 벌고 호화로운 저택에 살면서 내 딸에게 제대로 용돈도 안 주잖아!”
“꺼져! 당장 꺼져!”
외삼촌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쳤다.
“나보고 꺼지라고? 이 호텔에 내 몫도 있는데 내가 왜 나가야 해? 사람 피 빨아먹는 흡혈귀들!”
경비원 여러 명이 함께 엄마를 끌고 갔다.
나는 엉망진창이 된 현장에 선 채 외삼촌의 흉측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단지 첫걸음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