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박아윤은 심심함을 달래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다.
애초에 생일은 챙기지 않기로 했는데 박씨 가문 사람들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우겨 어쩔 수 없이 승낙한 자리였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고 보니 박씨 가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유선영의 당부대로 먼저 옷을 갈아입었다.
와인색 사각 넥라인의 벨벳 드레스를 걸치고 소매를 팔뚝 아래까지 내려 모았다. 검은 머리를 단정히 묶고 양쪽 귀에 진주 귀걸이를 걸었다. 화장은 간단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인형처럼 곱고 단정했다.
낮은 굽의 구두를 신고 이곳저곳을 거닐었으나 지루하기만 했고 여전히 박씨 가문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임지효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든 박아윤은 김하정의 불쾌한 시선을 마주했다.
“쟤가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야?”
“어머, 언니도 있었네?”
임지효가 놀란 듯 입을 가렸다.
김하정은 얼굴에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우리한테서 뜯어간 돈으로 저런 정체불명의 싼 티 나는 드레스를 산 거야? 재벌가 도련님이나 꼬셔서 부잣집 며느리라도 되려고?”
“정말 뻔뻔하다, 박아윤.”
두 사람의 말에 박아윤은 어이가 없었다.
어디를 가든 끈질기게 마주치는 임씨 가문이 이제는 지긋지긋하기만 했다.
그녀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받아쳤다.
“제 뱃속에서 기생하는 회충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속속들이 잘 아세요? 배 불리 먹고 할 일 없으니까 괜히 시비 거는 거 같은데 그만 징징거리고 저 귀찮게 하지 마시죠.”
임지효는 눈살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널 오랫동안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예의는 밥 말아먹었어? 창피당하기 싫으면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왜? 우리 오빠가 여기서 내 생일 보내자고 한 건데. 문제 있어?”
박아윤은 눈살을 좁히며 되물었다.
정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장소는 충분히 넓었고 수백 명이 더 들어와도 문제없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눈엣가시처럼 구는 건 결국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었다.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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