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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재계 1위 가문임을 밝힌 뒤에도 박씨 가문은 여전히 임곡현 마을에 살고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이미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굳이 쓸데없이 이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돈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사치스러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유선영은 예전부터 산 좋고 물 맑은 이곳을 무척 아꼈다. 하지만 그건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신분을 드러낸 뒤, 한적했던 작은 마을은 더 이상 조용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았다. “박 회장님, 사실 오래전부터 찾아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박씨 가문은 세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일을 비서에게 맡기셨으니 직접 뵐 기회가 없었습니다.” 벌써 몇 번째 찾아온 사람인지 셀 수도 없었다. 유선영은 낯선 사람 만나는 걸 극도로 싫어해 방 안에 숨어버렸고 응대는 자연스레 박창진의 몫이 되었다. 박창진은 사교성이 뛰어나지만 매일 사람들을 맞이하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재계 1위 가문의 신분을 공개한 걸 은근히 후회하고 있었다. 박아윤은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았지만 이미 혼사를 논할 만한 시기였다. 최근 찾아오는 이들의 목적은 대부분 그녀와의 혼사였다. 그러나 박아윤은 이제 막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박씨 부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딸을 이렇게 쉽게 시집보낼 수 없었다. “이사 갈까요?” 아침 일찍 박아윤이 챙겨준 약초를 눈에 붙이고 누운 채 유선영이 물었다. “매일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니 너무 시끄럽네요.” 돈이 있으면 깊은 산속까지 친척이 찾아오지만 가난하면 이웃조차 외면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박씨 가문이 꼭 그 꼴이었다. 신분을 숨기고 살던 시절에는 평범하지만 만족스러운 생활이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고 가족 모두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팔자에도 없던 사람들이 몰려와 곁에 붙으려 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박창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계속 이대로라면 정말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아윤이는 이곳을 꽤 좋아하잖아. 여기서 산 세월도 오래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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