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잠깐만요!”
박아윤은 언제나처럼 서둘러 출근하다가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손으로 막아섰다. 덕분에 간신히 올라탈 수 있었다.
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사람은 민우희였다.
오늘 민우희는 검은색 슈트를 말끔히 차려입고 긴 웨이브 머리를 낮게 묶어 뒤로 늘어뜨린 채 무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냉정하고 완벽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박아윤이 미소 띤 얼굴로 인사했다.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진심으로 민우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어서였다. 애초에 박아윤의 신분이라면 굳이 누구에게 잘 보이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민우희는 다만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이었다.
다른 직원들이라면 그런 냉담함에 기가 죽었겠지만 박아윤은 오히려 그 무심한 태도에서 호감을 더 느꼈다. 마치 어린 시절 읽던 소설 속 차갑지만 강인한 여주인공이 눈앞에 실체로 나타난 듯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두 사람은 다시 말을 섞지 않았고 회사에 들어서자 각자 맡은 일에 곧바로 몰두했다.
반나절이 채 지나기 전, 박아윤은 배정받은 기본 업무를 모두 마쳤다. 입사한 지 이제 일주일이 되었고 더 이상 기초 업무만 붙잡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박정우의 짐을 덜어주기는커녕 곁에서 힘이 되어 줄 수도 없었다.
“민 대표님께 지금 찾아뵐 수 있을까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박아윤은 민우희의 전속 비서에게 조심스레 부탁했다.
“잠시만요.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잠시 뒤 비서가 돌아와 문을 열어주었다.
“대표님께서 시간을 내주신다고 하십니다.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박아윤이 들어서자 민우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문서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선조차 들지 않은 채 무심히 말했다.
“시간은 10분밖에 없어.”
박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알겠습니다. 짧게 말씀드릴게요. 대표님, 저한테 더 어려운 업무를 맡겨 주셨으면 합니다.”
민우희의 손놀림이 잠시 멈췄다.
민우희가 여전히 대답이 없자 박아윤은 서둘러 설명을 덧붙였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