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무용과의 수업은 예상보다 훨씬 빡빡했다.
매일 새벽, 송하린은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연습실에 모였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다리를 찢고 어깨를 풀며 지루하지만 결코 빼먹을 수 없는 기초 훈련을 반복했다.
연습복이 땀으로 흠뻑 젖는 일상이 반복됐고 오후가 되면 끝없는 안무 연습이 이어졌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가슴 한구석에 쌓여 있던 손대기조차 두려웠던 기억들이 그 시간만큼은 완전히 차단되는 듯했다.
숙사 친구들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같이 붐비는 식당 앞에 줄을 서고 불이 꺼진 밤이면 작은 손전등 불빛 아래서 조용히 잡담을 나누었다.
송하린이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바깥을 바라볼 때면 아무도 괜히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책상 위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조용히 올려두곤 했다.
그런 적당한 거리의 배려와 조용한 동행이 송하린에게는 너무도 편안했고 또 고마웠다.
...
댄스 동아리는 일주일에 두 번 정기 모임이 있었다.
고윤성은 동아리 회장이라 거의 매번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예술 전공생이 아닌 컴퓨터공학과 학생이었다.
그래서 늘 검은 노트북 가방을 메고 다녔다.
연습실에 올 때면 언제나 실험실이나 도서관에서 바로 달려온 듯한 모습이었다.
고윤성은 나이에 비해 놀라울 만큼 차분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다.
모임 전에 미리 연습실을 예약하고 스피커 상태를 점검하며 물컵을 잊은 부원들을 위해 종이컵을 챙겼다.
쉬는 시간, 고윤성과 송하린은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말을 놓게 되었다.
“다음 학기 교양 수업 중에 서양미술 들으면 돼. 이 교수님 수업인데 평도 좋고 점수도 후해.”
“도서관 A구역 창가 쪽 자리가 콘센트 제일 많아. 노트북 오래 써야 하는 분들은 거기 앉는 게 좋아.”
“학교 근처에 빙수 가게가 있는데, 거기 진짜 맛있어. 근데 주말엔 줄이 짱 길어.”
그의 말들은 언제나 실용적이었다.
도움을 주되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
송하린의 과거를 캐묻지도 선을 넘어서지도 않았다.
...
어느 날, 동아리 활동이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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