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민재하의 존재는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 같았다.
그는 예고도 없이 그녀의 하루 속으로 불쑥불쑥 들어왔다.
아침 일찍 강의동 앞, 민재하는 종이봉투 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봉투 안에는 송하린이 가장 좋아하던 디저트 가게의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하린아, 너 아침 안 먹었지? 이거...”
그가 조심스럽게 봉투를 내밀었지만 송하린은 그를 힐끔 보기만 하고 아무 말 없이 지나쳐갔다.
점심 무렵 연습실 문 앞, 이번엔 민재하의 손에 새하얀 장미 한 다발이 들려 있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네가 전에 하얀색이 제일 예쁘다고 했잖아.”
저녁 무렵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가로등 불빛이 길게 드리운 그때 민재하가 또다시 불쑥 나타났다.
“하린아, 우리 얘기 좀 하자. 딱 5분이면 돼. 나 진짜 잘못했어.... 한 번만, 응?”
하지만 매번 송하린의 반응은 똑같았다.
그녀의 시선은 민재하의 얼굴에 단 1초도 머물지 않았고 그가 내민 선물에도 무심히 몸을 돌려 피했다.
만약 민재하가 끝까지 길을 막아선다면 그녀는 언제나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어.”
“비켜.”
“방해돼.”
한 번은 민재하가 사람들 앞에서 송하린의 손목을 붙잡았다.
순간, 송하린은 그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들을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재하, 우리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잖아? 제발 이런 행동은 그만해줘.”
그 한마디는 날카로운 송곳처럼 민재하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그날 이후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 무용과 예쁜애 있잖아, 요즘 계속 찾아오는 잘생긴 남자 있대. 전 남자 친구라던데?”
“둘이 소꿉친구라던데 왜 헤어졌을까?”
“한서대까지 버리고 쫓아왔다잖아. 완전 영화 같지 않아?”
“하린이는 완전히 질색하던데...”
학교 안엔 온갖 시선과 말들이 떠돌았다.
송하린은 그런 시선을 피하듯 점점 더 공부와 연습에 몰두했다.
과제, 수업, 동아리... 하루의 일정이 숨 막히게 빽빽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바쁨 속에 자신을 가두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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