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송하린의 일상은 어느새 풍요롭게 채워졌다.
무용학과 전공 성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밤늦은 연습실에서는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도 그녀였다.
동아리에서도 초창기의 서툰 신입에서 이제는 혼자서도 한 팀을 이끌 수 있는 핵심 멤버로 확실하게 성장했다.
고윤성은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기획과 운영을 맡겼고 그럴 때마다 송하린은 세심하고 완벽하게 일을 해냈다.
그녀가 내놓는 아이디어는 참신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 다른 동아리 회원들의 신뢰와 호감을 한 몸에 받았다. 그녀를 향한 인정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렇게 스스로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송하린의 내면에는 견고한 진짜 자신감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시선에 기대어야만 느낄 수 있던 존재 가치 대신 이제는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세워지는 자존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
송하린과 고윤성의 관계는 여전히 ‘친구’의 선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눈에 띄지 않게 아주 작은 변화들이 피어났다.
동아리 회의 중 짧은 틈새 대화 속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최근 전시회나 영화를 이야기했고 식당에서 마주치면 아무렇지 않게 한 테이블에 앉아 수업 이야기부터 일상의 사소한 웃음거리까지 거리낌 없이 나누었다.
고윤성은 여전히 송하린이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적절하고 차분한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이제 송하린은 더 이상 고개만 끄덕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또렷하게 제시하며 고윤성과의 대화를 함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말없이 오가는 이해와 호흡이 느껴질 만큼, 두 사람 사이에는 깊은 공감대가 피어났다.
송하린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동안 마음 깊숙이 감춰두었던 감정들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발표가 잘 풀리지 않아 속상했던 이야기,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에 대한 투정, 며칠째 이어지는 비 오는 날씨에 대한 짧은 푸념까지...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고윤성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서둘러 판단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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