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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오유나의 얼굴에는 자만과 쾌감이 넘쳐흘렀다. 게임은 계속 이어졌다. 몇 라운드 뒤, 또다시 오유나가 벌칙에 걸렸다. 이번 벌칙은 남자 한 명의 무릎 위에 앉아 지정된 미션을 수행하기였다. 그녀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민재하에게로 향했다. 송하린은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무는 게 힘들었다. ‘하... 숨 막혀.’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옆자리 친구에게 말했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녀는 괴로운 공간을 벗어나듯 서둘러 문을 열고 나왔다. ... 화장실 안. 송하린은 찬물을 손에 받아 얼굴을 여러 번 씻었다. 하지만 아무리 씻어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차가운 물줄기와 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겨우 감정을 추슬렀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낯설 만큼 창백했다. ‘그만 가자, 여기서 더 버틸 이유는 없어.’ 복도로 나서는 길, 모퉁이를 돌기 직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라스 쪽에서 민재하와 그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거 같았다. “재하야, 아까 좀 심했던 거 아니야? 하린이 얼굴 새하얘지더라. 그래도 그렇게 키스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가서 좀 달래줘라.” “달랜다고? 그럼 며칠 뒤에 또 헤어지자 하겠지. 나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그건 그렇지... 예전에 네가 너무 오냐오냐했어. 맨날 헤어진다 말만 하고 실제로는 안 헤어지니까, 이번엔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또 다른 친구가 맞장구쳤다. “맞아. 개학해서 한서대 가면 아는 사람 하나도 없을 텐데 분명 못 견디고 너를 찾아올 거야. 그때 네가 조금만 받아주는 척하면서 화해하자고 한마디만 던져봐. 이번 일 겪고 나면 앞으로는 헤어지겠단 다시는 못 꺼낼걸.” 문밖에 서 있던 송하린은 온몸의 피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손끝까지 차가운 기운이 퍼지자 단 한 줌의 온기도 남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민재하가 말한 본때란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고 사람들 앞에서 다른 여자를 안고 키스하는 일이었다. 그에게 송하린의 눈물과 절망은 단지 투정에 불과했다. 송하린은 조용히 몸을 돌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 여름의 밤바람이 불어왔다. 그런데도 피부를 스치는 바람결이 이상하리만치 차가워 몸이 저절로 떨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송하린의 머릿속에는 지난날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예전엔, 그녀가 얼굴을 살짝만 찡그려도 민재하는 금세 눈치를 채고 어디 아픈지 물어보며 걱정해 주었다. 또 다른 여학생이 그에게 편지를 건네면 그는 읽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송하린에게 신이 나서 달려와 자랑하듯 말했다. “하린아, 나 오늘 또 고백 하나 바로 거절했어. 칭찬해 줘야지?” 그럴 때마다 송하린은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모든 다정함이 오직 자신만을 향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언제부턴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유나가 전학 온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그날 이후, 민재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예전의 원칙도 약속도 모두 무너뜨렸다. 그리고 매번 송하린의 감정을 ‘예민함’이라 치부했다. 송하린은 오유나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가 그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믿고 싶었다. 어쩌면 마지막 희망 하나라도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송하린은 결국,‘헤어지자’는 말로 그의 마음을 확인하려 했다. 그가 붙잡아주길 바라며 그 말이 다시 시작의 신호가 되길 바라며... 하지만 그 모든 건 민재하에게 그저 귀찮은 게임에 불과했다. ... 정신을 차렸을 때 송하린은 이미 집 앞에 다다라 있었다. 멀리서 보니 현관 앞에는 우체부가 서 있었다. 드디어 합격 통지서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쉬며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우체부 앞에 서 있는 민재하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연화 대학교 로고가 찍힌 봉투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그는 막 그 봉인을 뜯으려는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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