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도윤 오빠.”
최지은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겸손한 태도로 일관했다.
다리 위에 걸친 강도윤의 손이 움찔했다. 그리고 말없이 그윽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부디 조언 좀 부탁드려요. 최현 그룹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려주세요. 이번 위기를 넘기도록 도와만 주신다면 앞으로 5년간 순이익의 10%를 드릴게요. 약속해요!”
나긋한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고, 반쯤 감긴 눈 위로 드리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도성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최현 그룹이 이렇게까지 위태로운 줄 몰랐다.
그저 언니가 지난 몇 년간 회사 내 고인물들과 싸우느라 바쁘다 보니 실력 발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발휘는커녕 끝없이 이어지는 손실의 늪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언니가 묵묵히 모든 책임을 홀로 짊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최지유는 할아버지가 후계자로 직접 길러온 최씨 가문의 가장 유능한 상속자였다. 심지어 어르신 중에서 덕망 높은 강용필마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니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최현 그룹에는 애초에 제대로 된 길이 없었다.
이번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지유는 평생 막대한 빚을 짊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운성에서 미리 준비해둔 계획들은 지금의 최현 그룹에는 너무나도 허황하고 실현 불가능했다.
최지은은 ‘오빠’라는 호칭으로 두 가문의 인연을 되살려보고자 했다.
강도윤이 기업 총수의 입장에서 최씨 가문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지 조언해주길 바랐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강도윤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 싫었다.
실패한 사랑을 겪었음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선 최소한의 체면은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두 가문을 등 돌리게 한 장본인이 그녀였다.
그동안 혁운 그룹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벽에 부딪혔고, 자존심 같은 건 내려놓은 지 오래되었다.
당시 내뱉었던 큰소리와 포부는 그녀가 꼬리를 내림과 동시에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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