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화
강도윤에게 점심을 빼앗긴 최지은은 예전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한 번쯤은 만나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응접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음에도 끝내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옆에 앉은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갑시다. 내일 다시 와요.”
최지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 좀만 더 기다려볼게요.”
여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나지막이 설득했다.
“지금 안 가면 이따가 프런트 직원이 쫓아낼 거예요.”
그래도 최지은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여자도 더는 권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밖으로 나갔다.
응접실에는 최지은 혼자만 남았다.
시선은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꽂혀 있었고, 단 1초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충성의 증거’를 보여줘야 할 때였다.
이내 휴대폰을 꺼내 강도윤의 연락처를 찾은 뒤 강호 그룹이 운성에서 전개할 사업 방향에 대한 기획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또한, 각 프로젝트의 핵심 단계들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초안도 함께 정리했다.
강도윤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으니 자신의 가치라도 증명해야 했다.
운성에서 10년을 살면서 그중 7년은 창업에 몸담았다.
따라서 상업 개발과 관련된 전반적인 구조와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강도윤이 운성에 강호 그룹 공장을 세우려는 계획이라면 그녀가 직접 최적의 입지와 실행 방안을 제시해 단기간 내에 최대 수익을 내도록 할 수 있다.
이런 계획들은 사실 머릿속으로 오래전부터 구상해왔고, 원래는 혁운 그룹이 조금 더 성장하면 실행에 옮기려던 참이었다.
단지 진서연 때문에 모든 게 틀어졌을 뿐이다.
그래도 강호 그룹 운성 지사에 똑같이 적용해도 전혀 문제없었다.
최지은은 모든 자료를 정리한 뒤 강도윤에게 전송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읽씹이었다.
최지은은 사라진 숫자 ‘1’을 보며 재빨리 타이핑해서 다시 문자를 보냈다.
[강호 그룹에 입사만 시켜주신다면 단 1년 만에 운성에서 이루고자 하는 모든 계획을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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