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저는 그저 마음도 없는 혼인을 거절했을 뿐이고 연애에 실패했을 뿐이에요. 잘못이 있다고 한들 그게 그렇게 큰 죄는 아니잖아요. 굳이 그걸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최지은의 목소리는 약간 힘이 빠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너진 기색은 전혀 없었다.
다만 강도윤이 고의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듯해 억울함과 작은 반발심이 섞여 있었다.
베란다에 서 있던 강도윤은 아무 말 없이 이미 구겨져 한 줌이 된 담배꽁초를 쓰레기통 안에 툭 던져 넣었다.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잠시 침묵하던 최지은은 눈앞의 이 남자는 결코 자신이 함부로 성질을 부려서는 안 되는 상대라는 것을 깨닫고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괜히 방해해서 죄송해요. 이만 가볼게요.”
말을 마친 최지은은 곧장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며 눈가에 쓸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반면 강도윤은 마치 복수에 성공한 소설 속 남주인공처럼 혼약을 파기했던 전 약혼녀를 단호하게 짓눌러 버린 셈이었다.
최지은은 7년을 바친 연애가 이렇게까지 추하게 끝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늘 승리욕이 강했던 그녀였지만 강도윤 앞에서는 번번이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한숨을 내쉬던 최지은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고 아무 의욕조차 나지 않았다.
이때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서민준은 최지은을 발견하고 손을 들어 인사하려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버튼을 누른 뒤 벽을 멍하니 응시하며 마치 벌이라도 받는 듯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서민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고 있던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더니 곧장 강도윤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베란다에 서 있던 강도윤은 이미 새 담배를 물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그는 서민준을 보고 반갑지 않은 눈빛을 보냈다.
눈치가 빠른 서민준은 단번에 그 기색을 알아차리고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형, 최지은 씨가 아니라고 그렇게까지 실망한 표정을 지을 것까진 없잖아요?”
강도윤은 무심하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