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화
최지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팔을 뻗어 언니 최지유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그녀의 품속 깊이 묻었다.
“그냥 너무 창피해서 그래.”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다 아픔으로만 남았다. 십 년 전에도 그녀는 그 사람의 곁에 설 자격이 없었고, 십 년이 지난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는 걸 최지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처음에 약혼을 깨자고 난리를 친 사람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세상 일은 늘 변하잖아. 열일곱 살 고등학생의 선택이랑 스물일곱 성인의 선택이 같을 수가 없지. 만약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최지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지은이 서둘러 끊었다.
“그 사람은 그냥 아직 그 일에 미련이 조금 남은 것뿐이야. 그 감정이 사라지면 다 끝날 거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최지은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마도 내가 실패한 연애를 한 번 겪고 나니까 이제는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린 거 같아.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로 뛰어들지는 못하겠어.”
최지유는 말없이 그런 여동생의 등을 토닥였다. 따뜻하고 섬세한 그 손길은 무너져가는 최지은의 마음을 천천히 달래주었다.
“지은아, 엄마랑 도성을 떠날 때 많이 힘들었지. 넌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야. 그런데 이건 꼭 기억해, 엄마의 말이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야. 엄마는 실패한 결혼 생활을 겪었고, 그래서 상류층으로 시집간 여자는 결국 불행해진다는 결론에 집착하는 거야.”
“너, 한수혁이랑 사귈 때도 마음속으로 계속 그 생각 했지? 그러다가 결국 어떻게 됐어?”
최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언니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결혼이라는 건 좋은 집안에 시집가거나 조건에 관한 문제가 아니야. 결국 상대방의 인품이랑 상관 있어.”
최지유는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 사람이 널 배신했거나 널 지겨워한 게 네 잘못이 아니야. 그건 그 사람의 성품에 문제가 있었던 거야. 책임감이 없고 양심이 부족했던 거지. 그러니까 그걸 네 탓으로 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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